안녕하십니까, 이준석입니다.
저는 오늘 3.1절을 맞아 이곳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최근 탄핵 정국 가운데 혼란스러운 몇 주를 보내며, 이 국면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대한민국은 1919년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같은 해 4월 11일, 이곳 상하이에서 건국을 선언했습니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지상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독립운동가들은 이념과 출신을 뛰어넘어 큰 연대를 이루었습니다. 당시 임시의정원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반공 자유주의자인 이승만과 좌파 사회주의자인 여운형이 공존하며 독립을 위해 힘을 합쳤습니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원에서 주요 직위를 맡았던 용기 있는 인물들은 몇 살이었을까요?
임시정부를 수립할 때 이승만 박사는 마흔셋, 김규식 선생은 서른여덟이었고, 도산 안창호 선생은 마흔이었습니다. 그들의 젊은 패기가 대한민국의 씨앗이 되었고, 그들의 헌신적인 도전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구었습니다.
그들은 이념이 달랐어도 적대하지 않았고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오직 독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정신이 1945년 광복으로, 그리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중일전쟁의 소용돌이 가운데 임시정부 소재지를 수도 없이 옮겨가며, 1천7백 킬로미터 떨어진 충칭까지 대장정의 길을 걸었어도 결코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좌도 우도 아닌,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 있었을 따름입니다.
우남 이승만 박사의 국제무대에서의 외교력, 윤봉길 의사에게 수류탄을 쥐어주며 격려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결단력, 그리고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설파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개혁 정신이 하나로 결합했기 때문에 우리는 독립을 이루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승만이 여운형을 배척하고, 여운형이 안창호를 배제했다면, 또 안창호가 좌파 이동휘를 경원시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정치 일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참으로 무겁습니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두 번째 탄핵으로 밀려오는 파도 앞에 작게는 보수진영, 넓게는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위기 가운데 우리가 반드시 되새겨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시작, 선열들이 다짐했던 ‘초심’입니다. 계엄과 탄핵은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겼지만, 칼리굴라와 네로의 폭정을 거쳐 오현제의 중흥기를 열었던 로마처럼, 우리는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중흥기를 열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3.1절을 맞아 보수와 진보를 상징하는 단체들이 각자 세력를 과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동원전을 펼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시작을 되새기고 미래의 지향점을 찾아야 할 이때에, 아직도 과거에 파묻혀 샅바싸움만 하려고 드는 사람들이 더이상 대한민국을 이끌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윤봉길 의사가 거사에 성공했을 때, 그의 나이는 스물네 살이었습니다. 스물넷 청년 한 명이 “백만 대군도 이루지 못한” 새로운 역사의 서막을 열었던 것입니다.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장부가 집을 나섰으니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겠다.
스물두 살 나이에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나면서 윤봉길 의사는 이러한 유서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1946년 5월 15일, 이봉창 의사, 백정기 의사의 유해와 함께 해방된 조국에 자랑스럽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살아서는 돌아가지 않겠다.”
다시는 낡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
이러한 결연한 의지를 이곳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돌아봅니다.
우리는 중국보다 앞서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기 때문에 지금의 경제적 성장과 번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지금 잠깐 혼란과 격동의 시기를 거치고는 있지만,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대한민국이 시작한’ 이곳에서 돌아봅니다.
대한민국이 시작한 이곳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선언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으뜸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첨단 과학기술 패권전쟁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지키고 경제영토를 넓힐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우리 자녀 세대의 운명이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은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를 갖고 역할을 다투어야 한 것입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세월이 그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정치적 좌표였다면, 이번 탄핵 심판을 끝으로, 창의와 도전, 혁신과 경쟁이 꿈틀거리는 활력있는 국가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산업화와 민주화에서는 중국보다 월등하게 빠른 성취를 이루었던 역사와는 달리,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 있어서는 비교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민주주의가 자유와 창의의 촉진제로 진화하지 못하고 숨 막히는 관료 주도 규제사회로 열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갈아엎어야 할 규제의 장애물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앞서가던 메모리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최근 정체기가 보이기 시작하자, 그 원인의 주범으로 주52시간 근로 제도가 지목받고 있습니다. 흡사 근로시간만 연장되면 메모리 반도체 기술경쟁에 있어 과거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처럼 묘사하곤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것이 전부일까요?
어떤 기업이 주52시간 근로시간 때문에 경쟁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면, 그래서 노동을 늘리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고 해법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제조업 중심 대한민국의 수준에만 머물러 있게 될 것입니다.
핵심은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주52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그가 해외 여느 엔지니어 못지않은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회사가 성공하더라도 나이와 호봉이 아니라 오롯이 능력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인재가 기대소득의 격차때문에 ‘의치한’ 의대-치대-한의대 진학만을 고민하게 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가 창의와 혁신을 제약하는 규제를 풀지 못하고, 극심한 관료국가, 통제국가, 규제국가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첨단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다 잃고, 그러한 악몽을 떨치기 위해, 연구와 비지니스에 있어 전면적인 ‘기준국가제’를 시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어떤 생명공학자가 일본에서는 할 수 있는 연구를 대한민국에서는 하지 못해서 연구의 터전을 옮겨야 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커다란 손실입니다.
새로운 IT 서비스를 기획하는 누군가가 규제기관의 문턱을 드나들다가 지쳐서 쓰러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미래의 먹거리입니다.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가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 이유는 숫자나 규모에 있지 않습니다.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과도한 규제로써 제한하지 않기 때문이고, 연구와 개발에 매진했을 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의 원리에 우리보다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의 선봉에 선 연구자들과 기업가들이 ‘의치한’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으뜸국가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의 좌표를 펼쳐 보이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진보정당은 1대99의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많이 버는 극소수가 나머지 대다수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인식으로 ‘싸워서 빼앗자’는 쟁취의 구호를 거듭해 왔습니다.
그러나 통계로 드러나는 현실은 다릅니다.
지금 우리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는 1대99의 착취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고 더욱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이 더 열심히 일하고 더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열정을 잃어버리는 데 있습니다.
소득의 절반가량을 소득세와 4대보험 등으로 잃어버릴 것이라 예상한다면, 그런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 이기적인 사람, 영악한 사람이라고만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그렇게 되어가는 중입니다.
또 어떻습니까. 가족을 위해 모아놓은 재산을 물려줄 때 절반 이상을 상속세로 내놓아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태어나서 자란 나라에 대한 애정과는 별도로, 최대한으로 재산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소비되고 투자되어야 할 재산을 다른나라에게 빼앗기는, 국제적 자본이전의 피해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황금알을 꺼내려다 아예 닭을 죽이는 잘못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시장경제가 공산주의를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개인이 오늘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고, 가족과의 행복을 추구하는 성공의 욕구, 보존의 욕구라는 인간의 본질을 무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저출산의 시대를 맞아, 수많은 가치 중에서도 ‘효율’이라는 가치에 다시 한번 눈을 떠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개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개개인의 창의력이 무제한으로 발현되는, 활력과 도약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였지만 프로그래머로 일한 지도 적잖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저 역시 특정한 분야 하나를 깊게 파헤쳐 들어가는 것에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버즈워드에 낚여 허송세월하지는 않습니다.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투입되는 일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 수준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 여의도 정치권의 어느 누구보다 잘해낼 능력이 있다고 감히 자신합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저는 그 80년을 절반으로 꺾은 1985년에 태어났고, 올해 마흔 살이 되었습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 가운데 절반인 40년이 산업화의 시대였고, 나머지 절반인 40년이 민주화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40년은 도약의 시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압도적 새로움”을 통해 과학기술 선도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곳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의 첫 청사진을 그려냈던 선열들의 용기와 도전정신, 좌우를 뛰어넘은 목표 의식을 되새깁시다.
새로운 대한민국, 자손만대 이어질 자유의 기초를 회복하는 과제가 다시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분투하며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그 길을 선도하는 퍼스트펭귄으로서의 역할을 항상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